생각에 관한 생각

말 그대로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책이다.
생각에는 에너지가 적게 드는 생각과 많이 드는 생각이 있으며, 사람은 본능적으로 에너지가 적게 드는 방향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이 논리를 설명하기 위해 책에서는 ‘빠른 직관’과 ‘느린 이성’을 기준으로 사고를 구분한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사고 메커니즘은 실생활에서도 자주 관찰된다.
예를 들어, 늘 약속에 늦는 친구와의 대화를 보자.
A: “C는 내일도 늦을 거 아냐?”
B: “그러니까, C는 맨날 늦어!”
C: “아니야, 나 그렇게 맨날 늦지 않았어. 내가 언제 늦었는지 말해봐.”
이 상황에서 직관은, C가 언제 늦었는지 기억해내기 어려우면, 그 순간엔 C가 정말 늦는 사람인지와는 상관없이, C를 안 늦는 사람처럼 인식하게 만든다. 반면, 이후 천천히 이성적으로 생각하면서 과거 기억들이 떠오르면, 그제서야 ‘아, C는 자주 늦는 친구였구나’ 하고 인지하게 된다.
책에 나온 실험 예시도 이를 잘 보여준다.
C가 자신이 늦었던 날을 6개 떠올려보라고 했을 때와 12개 떠올려보라고 했을 때를 비교해보면, 6개를 떠올리는 게 훨씬 쉬워서 자신이 자주 늦는다는 주장에 더 수긍하게 된다. 더 쉽게 떠오르면 더 자주 있었던 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사례는 다음과 같다.
제시는 29살의 미혼 여성으로, 직설적이고 매우 똑똑하다. 철학을 전공했고, 학생 시절 차별과 사회 정의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며, 반핵 시위에도 참여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다음 시나리오 중 더 가능성 있는 것부터 순서대로 고르시오.
제시는 중학교 교사다.
제시는 서점에서 일하고, 요가 수업을 듣는다.
제시는 여성운동에 적극적이다
제시는 정신보건 사회복지사다.
제시는 여성유권자동맹 회원이다.
제시는 은행 창구 직원이다.
제시는 보험 영업사원이다.
제시는 은행 창구 직원이고, 여성운동에 적극적이다.
위 예시에서 직관적으로 골랐을 때 "제시는 은행 창구 직원이고, 여성운동에 적극적이다." 를 "제시는 은행 창구 직원이다." 보다 더 높은 순위로 두지 않았는가?
하지만 이성적으로 따져보면, “제시는 은행 창구 직원이다”라는 시나리오가, “제시는 은행 창구 직원이고 여성운동에 적극적이다“보다 무조건 더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후자는 전자의 부분집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제시’의 묘사와 더 잘 어울리는 문장을 직관적으로 더 가능성 있어 보인다고 여긴다. 연상 작용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은 쉽게 떠오르는 것을 더 자주 발생한 것처럼 편향되게 인식한다.
비슷한 예를 최근 뉴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공계 1000명 뽑아 슈퍼인재로 키우자”
“이공계 10만 명 중 1% 뽑아 슈퍼인재로 키우자”
두 문장은 사실상 같은 뜻이다. 10만 명의 1%는 1,000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0명”은 직관적으로 크기와 구체성이 와닿는 수치인 반면, “10만 명 중 1%”는 비율이기 때문에 더 작게 느껴진다. 이처럼 쉽게 떠오르는 방식으로 정보를 제시하면 더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여튼... 책을 보며 든 생각은
우리가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일 땐, 빠른 직관 위주로 생각하게 된다. 이성적인 내가 인식하기도 전에, 직관적인 내가 먼저 생각하고 행동해버릴 수 있다. 이성적인 시점에서 돌아보면, 그 직관적인 나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다정함과 친절은 체력에서 나온다”는 말을 설명할 수 있다.
다정함과 친절은 직관적으로 툭 튀어나오는 반응이 아니라, 이성적인 판단에서 비롯된다.
상대방이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며, 이건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사고 과정이다.
물론, 같은 이성적 판단이라도 사람마다 필요한 에너지는 다르다.
예컨대, 대치동의 수학 1타 강사는 수학 문제를 푸는 데 거의 에너지를 쓰지 않겠지만, 나는 상대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이성적 판단도 경험과 반복 훈련을 통해 더 적은 에너지로 가능해진다.
따라서,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훈련도 중요하며, 직관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체력 관리도 반드시 필요하다.